[토레이 파인즈 1편] 비와 안개가 운치를 더해주는 샌디에고 명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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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Torrey Pines> 주차장에서 만나 트레일을 따라 걸으면서 사진을 찍기로 한 날이다.
San Diego에 있는 곳이니 새벽에 출발을 해야 하는데 걱정이 되서 비몽사몽간 밤새 뒤척이다가 결국 새벽 4시에 일어났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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커피 한잔을 마시고 5번 프리웨이를 타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니 이래저래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.
중간쯤 내려 왔을 때 "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사진 촬영을 한데??" 걱정이 되서 식구가 전화를 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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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렇게 굳은 날 일반적인 코스도 있지만 바닷가 절벽도 따라 걷는다던데 괜찮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.
<Torrey Pines> 촬영 일정을 포기했으면 메시지라도 보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어쨋든 파킹랏에 도착을 하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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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토레이 파인즈 Torrey Pines _ 1편] 비와 안개가 운치를 더해주는 샌디에고 명물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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Address : 12600 Nortth Torrey Pines Road, San Diego, CA 92307
Tel : (858) 755-2063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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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파킹랏>에 도착하여 한참을 기다리자 Lester와 일행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.
캘리포니아에서 비 맞을 일이 별로 없어 그런지 비를 막기 위한 장비들이 우습기 그지없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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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 중에서도 케빈은 <Ralph> 비닐 봉지를 모자처럼 머리에 쓰고 카메라와 다른 장비도 마켓 비닐로 덮었다.
"포장한 채로 구입을 하면 얼마입니까??" 하고 썰렁한 농담을 던졌는데 그저 멀뚱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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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행이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정도이니 걸으면서 촬영하는데 크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었다.
나는 다행이도 <윈드 자켓>을 입었는데 어느정도 방수기능이 있어서 옷까지 비가 들이치지는 않았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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카메라에 삼각대까지 들고 가파른 산길을 올라가는데 땀이 나는 건지 빗물인지 모를 정도로 얼굴은 물범벅이 되어 버렸다.
운동화는 이미 진흙으로 엉망진창이 되었는데 무슨 고생을 이렇게 사서하는지 모르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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허지만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덕분에 산책로에는 사람이라고는 구경하기가 쉽지 않았다.
"아아~~ 너무 운치가 있어 고생스러운지 하나도 모르겠네요" 카렌이 저절로 감탄사를 쏟아 놓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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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도 마찬가지여서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서 바다 안개까지 자욱한 <Torrey Pines>는 한폭의 인상파 화가 작품을 보는듯 하다.
사진 실력이 아직까지 이런 분위기까지 잡아내지를 못하니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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바다 안개가 자욱하여 멀리 떨어진 산이나 나무들이 뭉게지듯 스물스물 사라지는 광경은 한편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다.
모두들 생각하는 것이 비슷한지 아름다운 풍관을 발견하면 얼른 삼각대를 피고 사진 찍는데 몰입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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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Ralph> 비닐이 빗물과 땀에 엉망진창이 된 케빈도 여러가지 앵글을 잡아 가며 사진을 찍고 있다.
오늘 모인 사람들이 모두 사진에 미친 사람들이니 누가 옆에 있는지도 모르고 사진 찍는데만 몰입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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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<Torrey Pines>를 화마가 할퀴고 간 듯이 보인다.
아름다리 나무들이 탄자국 그대로 여기저기 뒹굴고 있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모습이 더욱 처연해 보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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새카맣게 타버려서 땅 위에 뒹굴고 있는 검회색의 나무들 사이에서는 이름 모를 꽃들이 비집고 올라와 있다.
사람들도 이렇게 모진풍파를 견디다 쓰러지면 또 새로운 생명들이 그 자리를 비집고 올라오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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자연의 이치가 이런데도 불구하고 몇백년을 살 것 처럼 욕심에 눈동자가 빨갛게 변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.
이런 분들은 지금도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사람을 속이기도 하고 어려운 사람들 위에 올라서기도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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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안개까지 자욱한 호젓한 산길을 걸으니 모두들 나와 비슷한 상념에 젖는가 보다.
산을 오를 때는 시끌벅적하게 농담도 하고 들떳었는데 막상 산 위에 오르니 묵묵히 걷거나 사진을 찍는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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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럴 때는 굳이 말을 만들어 이야기를 나눌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.
오늘 하루는 아름다운 풍경에 취해 사진을 찍고 이렇게 우울하고 비장 분위기까지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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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카렌이 가방을 뒤져서 보온병을 꺼낸 후 뜨거운 커피 한잔을 따라 준다.
모두들 사진 찍던 일을 멈우고는 일회용 컵에 따라준 뜨거운 커피를 받아 들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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비오는 날 안개까지 자욱한 바닷가 절벽에 서서 시커먼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셔본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.
하던 사진 작업을 멈추고는 묵묵히 바다를 바라보면서 쌉쌀한 커피를 마셨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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온몸은 비에 젖고 여기에 진흙까지 바지에 튀어 엉망진창이지만 분위기만은 최상인 것 같이 느껴진다.
"고생스럽지만 오늘 너무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아요" 하고 카렌이 하는 말이 그냥 하는 말은 아닌 것 같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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